한국의 상황에서는 불교를 믿는 거의 대부분의 신도들이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설을 확신하고 있다. 혹자는 죽은 후에 인간 세상이 아닌 도솔천이나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환생한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다가 윤회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되면 마치 부모 죽인 원수를 대하듯 맹렬하게 덤벼든다. 이것이 모든 종교가 숙명처럼 안고 있는 맹신성이다. 오늘날 윤회가 불교의 핵심 교리가 된 것은 부처님의 깨달음인 '무아연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힌두교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은 결과물이다. 윤회설이란 상대적 존재인 개체가 주체로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업과 악업을 선택하여 지은 결과 주어지는 상벌적 업보이다. 그래서 진리적 입장에서 볼 때 윤회설은 근본적 착각이 아닌 지엽적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회가 있느냐 없느냐,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선택하고 행사할 수 있는 주체적 자아가 없다는 사실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 책 내용 중 -
내가 나의 마음을 모른다면 신도 나의 마음을 모른다. 내가 나의 소원을 모른다면 신도 나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천도재를 지내주시는 스님이 나에 마음을 나보다 잘 알까? 나 대신 밥 먹어줄수 없고, 나 대신 잠자줄 수 없는데, 천도를 해준다. 천도는 내 마음에서 내가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 마음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불교의 초기 경전은 물론 대승경전 어디에도 천도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우기는 방법중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적 믿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무조건적 믿음은 모든 것을 억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이 이러한 모순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